2021년 10월, 중국의 미래 5년을 새롭게 그리는 14차 5개년 규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이 공표됐다. 2021년은 공산당 창립 100주년, 기존 헌법이 지정한 시진핑 주석 임기의 마지막 해라는 특별한 의미까지 부여된다.
미ᆞ중 분쟁 장기화에 따른 내상과 고성장 이면의 불균형까지 산적해있다. 경제, 정치, 외교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처한 위기의 깊이만큼 이번 14차 5개년규획을 통해 제시될 개혁(성장 모델 전환) 수위와 강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새롭게 제시된 성장 모델은 ‘쌍순환(双循環, Dual Circulation)’이다. 기본 개념을 요약하면 국내 순환과 국제 순환의 상호 연계를 의미한다. (1) 외부 경제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미국의 전면적 규제에 대한 대응과 (2) 강력한 내부 경제(내수)를 완성하려는 것이 목표다. (3) 성장 동력이 내수 중심으로 이전하며 독립적 공급체인 완성의 야심도 숨어있고 이를 위해 대외개방 가속화와 금융시장 역할론이 새롭게 부각 받을 전망이다.
쌍순환 전략이 ‘자력강생’, ‘독자 성장 모델’로 회자되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강한 내수, 기술 자립 완성이 외부 경제와의 마찰을 비롯해 외교적 고립을 피하는 유일한 방도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하고 완성된 새로운 성장 모델이다.
결국 쌍순환에서 강조한 내수 확대와 기술 자립의 목표는 기존 성장 전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선순위와 정책 강도의 차이는 명확하다. 과거 고성장 모델의 핵심인 대외 수요를 촉진해 내수를 육성함이 아닌 세계 1위 내수 시장을 완성해 외부 경제와의 단절을 방지하고 기술 혁신을 이어가는 전략이다. 방법론과 강도의 차이에서 큰 변화가 수반될 수 밖에 없다. 재차 강조하나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부각되는 변화가 금융시장의 영향력 확대와 대외 개방 가속화에 있다.
중국 경제 구도 변화(=쌍순환 전략)의 완성을 위해서는 금융시장 역할론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 특히 미국이 주도한 세계 금융질서에서의 생존을 위해 위안화의 영향력과 금융업의 외형 성장 및 안정성 유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현재 중국 금융업 규모는 7.6조위안(원화 1,293조원)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경제 규모(=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그친다. 미국 금융업 비중이 21.0%임을 감안하면 향후 금융업의 역할론 확대에 의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금융업은 크게 세 가지 목표와 방향성을 가질 전망이다.
첫째, 안정적 금융시장 환경을 유지하며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다. 이를 위해 주식, 채권시장의 제도 정비와 안정적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 개방, 위안화 강세를 통한 외화자산 유입 가속화다. 외국자본 유입은 오버행 우려를 해소하고 경상 수지가 아닌 금융계정을 통한 국제수지의 새로운 균형점으로 완성될 수 있다. 셋째, 금융시장 외형 확장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과 위안화 영향력 확대다. 이는 금융업이 내수, 서비스 중심 성장의 축 이동에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위안화의 패권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