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산업은 기대와 대규모 투자 속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바이오시밀러나 CMO 분야에서는 고무적인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이은 신약개발 실패와 매크로 불확실성에 국내 바이오텍들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살아남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나오게 되면 국내 바이오 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다.
한국 바이오는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화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으로 바이오 기술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새로운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에는 매번 바이오가 포함되고 있다. 그만큼 높은 기대치 가 생겼지만 생각보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역사는 본격적으로 발전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9년 SK케미칼의 선플라가 국내 신약 1 호로 허가받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말이다.
그에 비해 글로벌 빅파마들은 대부분 200년에 가까운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M&A를 통해 덩치를 키웠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해열진통제 아스피린은 1898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한국 바이오와 글로벌 바이오산업은 본격적인 태동에 있어 약 100년의 시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이오시밀러나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와 같이 새로 개화되는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 중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시장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 각각 5개와 6개의 승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기업 Top5에 해당한다.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으로는 세계 1위 수준의 생산역량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단순 생산역량뿐만 아니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증명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생산에 대한 수주를 수령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21년에만 두 기업이 약 2조 4천억원의 매출을시현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한국 바이오텍들의 글로벌 신약개발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약개발의 역량은 소모된 자금과 시간이라는 경험에 기인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2015년 한미약품의 조 단위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갔다. 헬릭스미스와 신라젠은 허가 이전 단계인 임상 3상을 진행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기술이전은 일부 반환됐고 임상 3상 단계의 신약 개발사들은 유효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중단되는 등 좋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분명 글로벌 신약개발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성과는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상업화 성공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글로벌과의 시간 격차를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상품명: 엑스코프리)가 FDA의 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 중 최초로 기술이전 없이 자체 개발 상업화에 성공했다. 또한 SK바이오팜은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미국 지역 직판 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긍정적인 처방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 이전된 물질 중 가장 앞서있는 것은 오스코텍/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국내 상품명: 렉라자)이다. 국내 허가를 획득했으며,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기술이전돼 임상 개발 중이다.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며, 글로벌 상업화에 대한 기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얀센의 차세대 신약 중 하나인 아미반타맙(상품명: 리브레반트)과 병용 요법으로 개발 중이기 때문에 상업화에 대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과 같이 독자적인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들은 다수의 기술 이전 성과를 내고 있다. 세 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글로벌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에 해당해 더 의미가 크다. 레고켐바이오는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기술,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그리고 알테오젠은 SC 제형(피하주사) 변경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도 실패 사례는 나오겠지만 성과는 이전보다 더 빠르고 크게 나올 것이 분명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 기업 내부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다. 이는 제네릭/상품 기반 제약 사업에 집중하던 전통 제약사들의 R&D 체질 개선에서 확인된다. 2000년 당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2020년대에 들어서 9~10%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에서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주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대한 외부 투자도 활발하다. 2002년부터 2020년 까지 바이오 VC 신규 투자는 연평균 23% 이상 증가해왔으며, 바이오 붐이 일었던 2015년과 2017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9년과 2020년에 정점을 기록했다. 보통 신약 개발의 초기 성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5년 이상 소요 된다는 점에서 당시 투자받은 기업들의 성과가 나타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기대된다.
현금흐름이 창출이 가능한 제약사나 대기업은 관련 없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중소형 바이오텍의 생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바이오텍은 신약 개발을 위해 현금을 소모하기때문에 지속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기술이전을 통해 마일스톤 기술료 수령이 가능하지만 일부 바이오 텍에 국한된 상황이다.
시장 상황이 좋으면 자금 조달이 쉽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주가가 좋았던 2020년에 메자닌을 발행했던 기업들은 주가 급락에 따라 상환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또한 당분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바이오텍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기준금리와 코 스닥 제약 지수 추이는 대체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게다가 기술특례상장이 많았던 2016년부터 상장 했던 기업들의 상장폐지 요건 유예 기간 5년이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이다. 그러기는 어렵겠지만 불확실한 국면이 지속된다면 결국 상장폐지되는 기업도 하나씩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은 과도기로 판단된다. 투자에 따라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높아진 기대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이은 실패로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커져가는 상황이다. 사라지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살아남는 기업들은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과도기를 지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바이오 산업에는 신약개발 성공사례가 필요하다. 정확히는 국내 바이오텍에서 글로벌 기술 이전된 물질의 상업화 사례가 필요하다. 즉 국내 바이오텍 대부분이 선택 중인 기술이전 사업 모델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해외 바이오텍도 초기에는 기술이전한 물질의 상업화를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한 다음 자체 제품 개발을 나선다. 국내 바이오텍에서도 이런 케이스가 나오게 된다면 생존력은 강해지고 시장의 의구심은 해소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산업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인 죽음과 노화를 해결해줄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향후 계속 성장할 것은 명확하다. 국내 바이오 산업도 결국 가야 할 길을 가는 과정에 대규모 투자가 있다면시간을 앞당길수 있을 것이다. M&A로 성장한 해외 빅파마들을 생각한다면 국내는 대기업에서 신약 개발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는 과감한 결단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조금이나마 기대해본다.